1. 대학은 교육의 주체로서 많은 고용계약, 연구용역계약, 임대차 계약 등 수많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만, 대학의 특성으로 인하여 당해 계약체결의 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관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
2. 카이스트, 유니스트 등의 학교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치된 된 법인으로서 총장이 법인과 학교를 대표하기 때문에 카이스트의 이름으로 총장이 대표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대표권 행사의 방법입니다.
다만,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이와 다릅니다. 즉, 사립학교의 경우 사학재단 즉 사립학교 법인이 법인 산하에 사립학교를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카이스트와 같이 과연 총장이 학교를 대표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됩니다. 이를 검토하기 위하여는 과연 사립학교, 학교의 법적성질 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3. 우리 민법은 "인"을 사람과 법인으로 구분합니다. 사람은 자연인이라고도 하며, 동물로서 출생한 인간을 말합니다. 법인이란 법률로서 인격(법인격)을 부여한 가상의 조직입니다. 사람은 출생으로서 존재할 수 있고, 법인은 등기로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법률로서 법인을 창조하여 사용하는 이유는 인격을 가진 주체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단체를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만들기 위하여는 특별한 근거가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비법인 사단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직 법인만이 자연인을 제외하고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4.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립학교는 사립학교 법인이 설치하는 학교입니다. 사립학교 법인은 법인이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사립학교는 법인이 설치한 "어떠한 것"이기 때문에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법은 학교를 "영조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영조물은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즉, 학교는 학교법인이 교육과 연구를 위하여 설치한 물건이기 때문에 권리 의무의 목적이 될 수는 있으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와 유사한 근거로 학교는 소송상 당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역시 "서울농업고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가 설립경영하는 학교임이 공지의 사실인바 이와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영조물은 법인이 아님은 물론이요 민사소송법 제46조 규정의 사단 또는 재단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당사자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소는 당사자 능력을 결한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할 것인바 제1심 법원은 이를 간과하여 본안에 대하여 재판하였으며 원심 역시 공소기각의 언도를 하였음은 모다 위법이므로 원판결을 파기하고 민사소송법 제408조, 제96조, 제89조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대법원 1955. 8. 4. 선고 4288민상64 판결 참조) 라고 판시하여 학교는 영조물로서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학교의 장이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효력은 누구에게 귀속이 되는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각급 공립학교의 학교장이 학교회계직원과 사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관계에 있어서 노조법 제2조 제2호에 정한 사업주로서 단체교섭의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사용자는 각급 공립학교의 학교장이 아니라 각급 공립학교를 설치·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인 원고들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서울행정법원 2013. 7. 17. 선고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여 학교의 장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은 학교를 설치 운영하는 자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5. 그렇다면 과연 학교의 장에게 학교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계약은 권리의 주체가 상대방과의 권리의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것인바, 학교는 물건이기 때문에 스스로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학교법인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합니다.
다만, 계약을 체결하면서 학교법인으로부터 계약체결의 권한을 위임받을 경우, 학교법인의 운영자 등을 대신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계된 규정이 있는 바, 이는 다음 블로그를 통하여 소개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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